매매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보낸 뒤 사정이 바뀌어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싶어지거나, 반대로 더 좋은 값을 제시받은 매도인이 해제하겠다고 통보해 오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동산법률상담에서 이 장면의 출발점은 계약금입니다. 민법은 이 단계의 계약금에 계약을 풀 수 있는 돈, 곧 해약금의 성격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언제까지, 얼마를 내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하나라도 놓치면 해제가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가 정한 해제의 틀
매매 당사자 한쪽이 계약할 때 계약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면, 따로 정한 것이 없는 한 어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준 사람은 그 돈을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65조 제1항). 이렇게 해제하면 서로 손해배상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이 해제와 손해배상에 관한 제551조를 이 경우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계약서의 특약을 확인하세요.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으므로, 계약금으로 해제할 수 없다고 정했거나 해제 방법을 따로 적었다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또 계약서에 "매수인이 어기면 계약금을 잃고, 매도인이 어기면 두 배를 물어 준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 판례는 그 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면서 해약금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151 판결).
'이행에 착수'했다는 것의 의미
해제할 수 있는 시한은 상대방이든 나든 한쪽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입니다. 대법원은 이행 착수를 객관적으로 바깥에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채무 이행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단순히 이행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계약 내용에 꼭 맞는 이행 제공에 이를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의 동의 아래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을 위해 어음을 건넨 매수인을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중도금 날짜가 아직 오지 않았어도 착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기 전 착수도 가능하다고 보고, 매도인이 값을 올려 달라고 요청한 사이 매수인이 중도금을 미리 제공한 사안에서 그 뒤 매도인이 두 배를 공탁하고 한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그래서 부동산법률상담을 받기 전에 중도금을 보낸 시각과 해제 통지가 도착한 시각 가운데 무엇이 먼저였는지부터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계약금 일부만 오갔거나 아직 보내지 않았다면
계약금을 나눠 내기로 하고 첫 금액만 보낸 경우도 흔합니다. 판례는 계약금 계약이 돈을 실제로 건네야 성립한다고 보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하고 전부를 내지 않은 단계에서는 제565조의 해제권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이 단계에서 돈을 덜 낸 쪽이 계약금을 포기한다며 임의로 계약을 풀 수는 없고, 상대방은 남은 계약금을 달라고 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 약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일부만 받은 매도인이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고 해제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로 받은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전액이라고 보아 그런 해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계약금을 나눠 낸다면 각 날짜와 금액을 계약서에 분명히 적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제 의사를 전하는 방법
해제는 상대방에게 그 뜻을 표시해서 하고, 한 번 표시하면 철회하지 못합니다(민법 제543조). 매수인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한다는 뜻을 문자나 서면처럼 날짜가 남는 방법으로 전합니다. 매도인 쪽에서 해제하려면 그 뜻을 알리는 것과 함께 계약금의 배액을 현실로 내놓아야 하고, 상대가 받지 않더라도 공탁까지 해야 해제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례가 있습니다(91다2151 판결). 제공한 날짜와 방법은 다툼이 생겼을 때의 핵심 증거이니 따로 기록해 두세요.
부동산법률상담에 가져갈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계약서와 특약, 계약금과 중도금을 보낸 이체 내역, 해제나 증액 요구가 오간 문자와 통화 메모, 중개사무소가 보낸 안내를 날짜순으로 묶으면 됩니다. 특히 이체 내역은 시각까지 나오도록 출력해 두어야 착수와 통지의 앞뒤를 가릴 수 있습니다.
해제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계약 뒤에 등기부에서 처음 본 기록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기 전에 그 기록의 의미부터 등기부 읽기 문서로 짚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통장에 넣고 해제하겠다고 하면 받아야 하나요?
A. 그 전에 내가 이미 이행에 착수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착수 뒤라면 해제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돈을 받는 것이 해제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상담에서 대응 방법을 먼저 정하세요.
Q. 계약서에 해제 조항이 따로 없으면 계약금으로 풀 수 없나요?
A. 조항이 없어도 법이 정한 해약금 규정이 적용됩니다. 오히려 해약금 해제를 막는 특약이 있는지가 먼저 확인할 대상입니다.
정리
결국 해약금 해제의 성패는 "따로 정한 약정이 있는가, 이행에 착수하기 전인가, 약정한 계약금 전액이 오갔는가"라는 세 질문에서 대부분 갈립니다. 날짜와 금액이 적힌 기록을 모아 부동산법률상담 첫 화면의 다른 질문과 함께 확인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543조·제551조·제565조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 /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151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2026-10-20 확인